최종규 시인은 이 시집에서 단아하고 안정된 시형(詩型)을 이용하여 누구나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는 깔끔한 시들을 선사해 주고 있다. 실험성의 모험은 피하고 서정성에 충실하면서 자연과 나 그리고 첨예한 오늘의 현실문제에도 관심을 갖는다. 그리고 갑년시집인 만큼 이에 상응할 수 있는 세월의식, 부부의 정 그리고 향토애의 정신이 고압적으로 나타나 있다. 뿐만 아니라 보석을 발견하듯 10여편의 뛰어난 시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있다. 가슴 저미는 역사의 한이 우리를 숙연케 하는 「뱀사골에서」, 시각적 조형성이 돋보이는 「싸리꽃」, 살아온 인생행적에 자괴심을 느낀다는 자기성찰의 시 「되돌릴 수 없는 길」, 아내에 바치는 헌시 「작으나 드넓은 그대 가슴」, 은은하면서도 농밀한 아내 사랑의 시 「내 가슴 속의 그대」,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하는 「임실 백로」, 수장(水葬)된 원혼들을 조상하는듯한 비가(悲歌)풍의 「위도와 격포 사이」, 범생명주의의 애정시 「눈물 흘리며 죽어간 기러기」, 사회풍조의 풍자시 「배달겨레의 남비」등을 열거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시집 전체로 본다면 지적할 수 있는 두어 가지 약점이 없는 바도 아니다. 대신 이 글이 이 시집의 평설인만큼 나는 독자의 이해를 돕는데만 최대로 초점을 맞추어 보았다. 아무튼 이 시집이 주변 사람들이나 미지의 독자들에게 시집 제명을 본따 ‘마음과 마음 사이로 흐르는 강물’이 되었으면 한다.

제1부 꿈 같은 세월 꿈 같은 세월 뱀사골에서 싸리꽃 사월 강산 오월 하늘 어떤 오후 허허로운 날 들 불 미 망 되돌릴 수 없는 길 갑년에 나에게 날개가 있다면 이런 한 때 바다 기행 혹 매처럼 동백처럼 창 앞에서 제2부 마음과 마음 사이로 흐르는 강물 마음과 마음 사이로 흐르는 강물 사랑, 그 영원한 환상 꺼지지 않는 불길 작으나 드넓은 그대 가슴 흔들리는 불빛 내 가슴 속의 그대 명멸하는 불빛 그대 곁을 맴도는 영혼 가슴 속 비밀 하나 그 뉘도 함께 갈 수 없는 길 눈이 내리면 부창부수 행복의 성 두 가슴 하나가 되어 제3부 나무 나무 임실 나무 나무 임실 운수산 부 갈마리 임실 고추 임실 백로 이인리 가는 길 가슴에 내리는 찬비 사선도 사선문 쉬어가기 오수 의견상 앞에서 도인리 상이암 측백나무 시목골 얘기 위도와 격포 사이 금산사 미륵전 모악산 성산공원 전망대 벽골제 설화 제4부 우리 시대의 우화 우리 시대의 우화 아이 엠 F! 동요 책임 회피 차선타기 조연 6 · 25 사십팔 주년에 손녀와 있으면 코리안 특급 한편의 신화 눈물 흘리며 죽어간 기러기 황소개구리 강물의 통곡 배달겨레의 남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