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에 덮인, 아름다운 산수도같은, 이경림 시인의 이 이상한 책은, 이상한 정서에 보태, 이상한 얘기들을 담고 있음으로 해서, 이 잡객이 어쩌다 한번 울 너머 엿보기를 시작하고서는, 눈을 거둬들일 수가 없는 것이 탈이 되고 있다. 이 책이 이상하다고 이르는 것은, 그 기표나 기의 면에서, 우리들의 일상적 정서를 교란하되, 그 기표나 기의 면에서 또한 우리를 안정케 하는, 익숙함/생소함 때문만이 아니라, 퉁소와 가야금으로 무장한 ‘시’가 언어의 목마 속에 숨어 있다가 타문학,예컨대 수필이나 콩트, 동화 같은 것들의 영역에 쳐들어 한바탕의 ‘고요한 분탕질’을 치고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서문 │ 나는 그 슬픔이 어디에서 왔는지 묻지 않겠다 1 나뭇잎 위 / 별 / 개똥지빠귀 / 분홍빛 / 가방가게 / 잊혀진 거리 / 공처럼 굴러가는 집 / 원 2 안 / 오렌지 한 쪽 / 플래시 불빛 / 무덤으로 가는 길 / 자정I / 보퉁이 / 없는, 그녀 / 고장난, 안 난, 시계 사이로 내려가는 계단 / 가은이라는 문 / 직각 / 무덤들 / 아침 고요 수목원 / 토종닭 3 노을 / 집 / 벚꽃 / 송장메뚜기 / 짐승들 / 마음 / 표정 / 진로 / 걸아가는 사람 / 제빵사 / 자정II / 셈치고…… / 사랑 / 방 / 역사 / 동창회 4 슬픔 / 거울 / 목 / 바다 / 길 / 전화 / 쏘가리 / 아주 느리게 터진 일 / 해 / 결과 / 가족 / 그림자 / 부엌 / 뱀 / 이장 / 바위 / 연 / 불빛 5 근 / 하늘 / 작가 / 임종 / 영안실 / 아버지들 / 옷가지들I / 옷가지들II / 사이 / 시간 6 불면 / 갈밭 / 일출 / 고양이 울음 / 산책 / 낯선 사람 / 천장 / 꽃 / 시계방 / 책방 / 우두커니 / 여우들 / 굴 / 울음 / 상자 7 꿈 / 돌멩이들 / 병 / 캘리포니아라는 책 / 모래들 / 골짜기 / 방향 / 기차I / 기차II / 해부학 교실 / 제3병동I / 제3병동II / 예컨대 / 보이지 않는 섬 / 끝 / 밖 / 다시, 나물잎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