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찬구 시인은 자신의 시에 대해 ‘설익은 시’, ‘진행 중’이라고 말하면서, ‘시인으로서 자격이 있는가’하고 스스로 자문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방에서 맴돌다 거실로, 밖으로 나갈 자신이 있는가’하고 자신을 꾸짖고 있는 모습까지 보게 된다. 이와 같이 시적 성취를 향한 이 끝없는 도전과 자문이야말로 우리가 기억해 두어야 할 시인들의 덕목이 아닐까 문득 생각해 보게 된다. 비단 시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일이 진행 중인 것이다. 언제나 새로운 내일을 위하여 우리는 오늘 피나는 전진을 위한 훈련을 하게 마련인 것이다. 인생이 끝없는 수련이듯이 시 쓰는 일 또한 마감 없는 전진의 연속인 것이다. 그래서 화자는 이 시집의 서문에서 ‘받은 정성이 너무 많다. 계속 더 받으면 곤란하다. 설익은 결명자차 한 잔 건넨다. 더 빚쟁이가 되기 전, 조금이나마 마음의 빚 갚고 싶다’고 쓰고 있다. 우리는 시학 입문에서 ‘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그것은 ‘인생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처럼 끝내 정답이 없는 수수께끼와 같은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렇다면 시를 쓰는 일 또한 끝없는 미궁을 헤매는 일이 될 것이다. 시란 다만 시를 쓰는 과정이 아닐 것인가. 그렇다. 화자가 시를 과정으로 본 것은 정답이 아니겠는가. 그것은 역시 아직 자기의 시가 진행 중이라는 배우는 시인, 끝없이 전진하는 자세를 보여주는 시의 정신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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