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규 시인의 시집 「그리움만 남겨 두고」를 일별해도 그의 시는 분명 소박하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시, 잔잔한 그리움이 흐르는 시, 사랑하는 가족을 그린 따뜻한 시, 세상을 나무라되 결코 목줄은 세우지 않은 시 등, 분명 그의 시는 호사스럽지 않다. 그가 바라보는 대상은 충동적이고 본능적인 인간 행위의 주된 모티프들도 아니다. 세상을 뒤바꿀 수 있는 이데올로기나 이슈적인 모티프도 아니다.

1 고향 하늘 푸른 별들 　고향 하늘 푸른 별들 　시월의 평창강(平昌江) 　나도 저리 노랗게 물들 수만 있다면 　화진포에서 　봄의 길목에서 　봄비 멎은 후에 　염불소리 　가을날에 　고향 하늘 보름달 　고향의 소리 　다수리의 밤 　바람이 내게 준 말 　서울 하늘 보름달 　눈 내리는 경춘선에서 　비가 내리네 　빗방울 　참새가 내게 준 말 　기차마을 　아침풍경 2 그대 그리워지는 날에 　당신이 머물고 간 자리에는 　그대 떠난 후에 　그대에게 　그리움 　이름 모를 꽃잎을 위하여 　그대 그리워지는 날에 · 1 　그대 그리워지는 날에 · 2 　그대 그리워지는 날에 · 3 　그대 그리워지는 날에 · 4 　첫눈 속의 그 사람 　그때는 미처 몰랐어요 　그런 사랑이고 싶습니다 　가슴속에 홀로 핀 슬픈 그대 　아직도 못 다한 사랑의 노래 　아내에게 　아내의 빈자리 　그리움만 남겨 두고 　그때 그 소녀는 　사랑도 A/S가 되나요 　신랑신부를 위한 축시 　달맞이꽃 3 잠 못 이루는 밤의 풍경 　나는 오늘도 잠을 잔다 　내일 일기 　잡초를 뽑다가 　개나리꽃을 바라보며 　잠못 이루는 밤의 풍경 　우산 　불시착 　아빠의 발 　찬바람이 불면 　삼겹살을 굽다가 　새벽 사람들 　멸치를 씹으며 　찹쌀떡과 메밀묵의 소리 　서울, 03:00 　생활일지 　살아 있다는 것은 　온 몸으로 잠을 자리라 　멸치 한 마리 손에 들고 　아침이슬 　운명 　촛불 　우리들은 　한남대교 　불꽃 　팽이 　시작(詩作) 　서울, 자화상 　감시카메라 　컨베이어벨트 　허상 　벽 　발트해에서 　이름 모를 무덤가에서 　샘물처럼 ⊙ 전성규의 시세계 / 유한근 ⊙ 시집을 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