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잊은 게 아니었습니다 당신에게 가는 길 잊은 게 아니었습니다 그대는 멀리 있고 나만 가까이 있다 당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버스 정류장을 지나며 그대가 언뜻 보이는 날 당신이 늘 그립습니다 그리운 대로 살랍니다 내가 왜 이런지 모르겠습니다 그대는 늘 거기쯤에 서 계셔요 사랑은 늙지도 않는다 당신은 내가 죽에도 그리운 사람입니다 첫 키스 제2부 깨구락지 참외와 할매 이 땅 변산에 내리는 눈 변산 가는 길 쌀밥 햇마늘 국어 시간에 북어국을 만난다 작살나무에는 작살이 없더라 깨구락지 참외와 할매 담뱃잎 따는 날 굴 껍질 같은 아들 비 온 뒤 밭 풀매기 저녁 밥상 해방조개 금강 하구 가벼운 목숨 가난 제3부 21층을 꿈꾸던 거미 누워 하늘을 보는 날 하찮은 말씀 버릇 없이 까부는 놈 한 생애 개울물 소리 늦가을 장미 생일 선물 아픈 잠 아픈 잠 밖을 서성이는 자 내소사에 두고 온 마음 꽃상여 가을 늦가을 계곡물 헬쓰용 자전거 가을 산행 21층을 꿈꾸던 거미 한 맺힌 죽음 병 문안 겉은 멀쩡한 쓰레기 버리기 우리 나라에는 십자가가 너무 많다 오늘도 나는 길을 걷고 있습니다 제4부 서울 촌놈 혼자 지키는 집 첫눈 봄비 뿌리고 간 날 산길에서 목련꽃 봄빛으로 오는 그대 산딸기 나도 나를 볼 때가 있다 꽃잎에 눕다 봄날의 삽화 서울 촌놈 아내가 마누라 바꿔 새 세상 살아 보라 합니다 대관령의 봄 부끄러운 밤 재떨이에 대한 짧은 생각 적대감에 대한 연민 놈들 ◐해설 · 유한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