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강중훈은 <4 · 3>에 의하여 부친을 비롯한 여러 가족의 생명을 빼앗긴 피해자의 장본인이다. 그래서 고향 오조리에서 빚어진 비극을 표상하고 있다. 마치 자신의 뼈를 깎아 자신의 웅어리진 피를 풀어, 심상에 음각된 아픔을 혈서로 형상화한 듯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시인 강중훈의 정신풍토는 제주도이며, 제주도 중에서도 <4 · 3>으로 무모한 양민들이 학살되었던 장소인 수마포에서 비롯되었다고 하겠다

제1부　노을 하나로 오조리의 노래 기러기 포 구 불 배 산 꿩 소섬은 해녀를 바람나게 한다 겨울밤 대나무 밥차롱 속의 나라 고동닥살의 노래 해 녀 제2부　바당애기 청소부 아즈망 부랭이 억새꽃 낙 배 가 을 사시(斜視) 절간 고구마 땅따먹기 겨 울 무 적(霧笛) 우 도 솔 잎 일출봉 유배지 한도목 유채꽃 구쟁기 적(炙) 장 끼 소 라 가을비 장돌뱅이 협죽도 까투리 수술대가 없으면 음악은 연주되지 않는다 햇고구마 주낙배 절울음 땀꽃마을 세상 사는 이치에 대하여 수마포에서 고향집 벌초길 한라산 제3부　떠났어도 부르는 오조리의 노래 광교산 봄볕에서만 데워지는 가슴 서부로 가는 길 나베시마 고려인의 영혼 한강에 오조리 별은 떴어도 한려수도 망사리 매미울음 소리에 목매다는 마을 제4부　무자년 파도소리 산천단 무등에 올라 망월동 지하실 낭하에서 만나는 그대 꽃잎으로 와서 빨랫줄 한라산에 오르면 밤에만 입을 여는 수화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