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시의 프리즘으로 현실세계를 보면 현실은 어떤 빛깔로 나타날까. 내 관심은 줄창 시를 통해 본 현실의 빛깔구성에 매달렸다. 그 결과 어렴풋이 잡힌 것은 무속이란 세계였다. 무속은 현란한 색동옷이었다. 상여 끝에 하늘대는 종잇꽃, 사찰의 탱화에서 무속이 떠올랐다. 무당옷이 갖는 강열한 원색에서 나는 아름다움의 어떤 극치를 보는 듯도 하였다. 그것은 차라리 정한으로 엉킨 빛깔이었다. 신을 모시고 신과 삶을 함께 하는 무당은 이승과 저승을 건너다니는 신통한 빛깔을 갖고 있다. 그것은 신대 끝에 매단 빨강 파랑 노랑 등으로 구성된 깃발이기도 하다. 적색, 녹색, 청색은 이승의 빛깔을 구현하는 칼라텔레비젼의 기본색이다. 그런데 빨강, 파랑, 노랑 등ㅇ로 무당은 저승의 빛깔을 이승에 전하는 주술을 쓴다. 이승에 사는 내가 저승을 보고자 할 때 신대 끝에 매달린 깃발에 눈을 판다. 칼라텔레비젼의 화면을 보듯 신대에 눈을 주면 우리가 걸어 온 정신사의 어떤 빛깔이 보이는 듯하다. 기실 무속은 우리 정신사의 원천이 아닌가. 그럼에도 무속은 후미진 뒷켠으로 밀려 햇빛과 먼 것이 오늘의 사정이다. 나는 그 뒷켠에 가 본다. 음습한 독버섯 같은 무속의 징소리를 듣던 나에게 어쩔 수 없이 독버섯 같은 시가 무속의 테를 쓰고 돋아났다. 나는 그 시를 가꾸기로 하였다. 어차피 시는 미세한 세균으로 강력한 새 세균을 배양하는 전염성 짙은 아름다운 질병 아닌가. ... ... <후략>

목차 자서(自序) 서신(西神)캠프 · 1 ~ 75 평북선천이씨축문(平北宣川李氏築文) · 1 ~ 4 얼굴 · 1 ~ 3 춤 소묘(素描) 1. 무지개 2. 깃발 3. 오륙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