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시인은 의식과 무의식 간에 시에서 풀려나지 못한다. 시의 과부담, 형용못할 기눌림, 이런 것에 시달리면서도 어떤 준엄한 계율인 듯이 시에의 집중을 그 자신에게 요구한다. 축복의 의미와 형벌의 의미가 여기에 함께 들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불볕 무더위 대충 치뤄내고 그러나 땀의 얼룩이가 곳곳에 남아있는 이 며칠. 엎드려 있던 정신의 척추를 곧게 세우고 시우들의 작품을 얼마간 읽어본다. 지난해 속초 해변시인학교에서 친면이 두텁게 된 박명자여사의 시고도 정독하였다. 이 분의 작품을 읽으면서 그 또한 시에의 집중과 몰입을 스스로에게 엄격히 요청하고 있는 한사람임을 절감할 수 있었다. 시인은 시로 인하여 고뇌하는 자이기에 시로 인하여 구원받고자 하는 점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어떻게 구원되며 무엇이 구원인지에 있어선 시인들 각자의 모색과정이 다르며 궁극의 답안 역시도 서로 다를밖에 없다. 시에 대한 박시인의 희구엔 격렬하다 못해 비감한 율조를 띄우고 있다. ... ... <후략>

서문(序文) ㅡ 김 남 조 시평(詩評) / <허무>와 <갈증>의 현상학(現象學) ㅡ 박 철 희 [1] 이 허무(虛無)의 굴헝에 나의 시론(詩論) 구제(九題) 바람 재우기 남자(男子)의 늪 사람을 위한 세 번의 화면조정(畵面調整) 말의 사슬 허무(虛無)로 기우는 집 흑(黑)과 백(白)을 위한 연습(練習) 한 밤중 잠 깨어 한 오리 바람이고져 겨울 새의 죽음 비우는 말 굴헝에 물구나무 서다 낙엽(落葉)의 주문(呪文) 나비 표본실(標本室)에서 비틀걸음으로 여기까지 바다의 묵시법(默示法) 쓰레기장에서 벽(壁)쌓는 사람들 연(緣)의 사슬 연(蓮)을 보며 제야(除夜)의 종(鐘)소리 [2] 비탈에 선 나무 나무의 명상법(暝想法) 해맞이 올려 딛기 달빛의 묵시법(默示法) 이 도시(都市)의 비상(飛翔)을 보라 내설악(內雪嶽) 센 물살 가운데에서 기쁨의 안경을 쓰고 껍질의 말 한 장 무명 수건이 되어 숙제의 페이지 산(山) 남녘 뜨락에 목련(木蓮) 그늘에서 까치 소리 작업장(作業場) 스케치 꽃은 자기(自己)를 열어 산야(山野)의 우리 진달래 가을 볕 단풍(丹楓) 산(山)의 사계(四季) 바위의 말 [3] 먼지 떠난 영혼(靈魂)에게 바치는 촛불 비로소 알게된 일 생명(生命)의 잔(盞) 엽서(葉書) 곡(哭) 당신은 한 줌 바람이 되어 가신 후(後) 잊고 있었읍네 떠나신 후(後) 가을 숨바꼭질 나를 튕기는 에너지 당신의 영원(永遠)한 잠속에 소화(消化) 불량증(不良症) 옹가지 덮개 모성(母性)의 흙으로 대비(對比) 꽃잎 굴헝에 지다 청산(靑山)에 낚싯군으로 못 인연(因緣) 같은 거는 저무는 왕국(王國)이었기 시작(詩作)노트 / 에로스의 시률(詩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