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팔(韓箕八)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말과 침묵 사이』에는 ‘늙음’과 ‘죽음’에 관한 시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시인은 늙어가는 자신의 몸과 자연 속에서, 저물어가는 생의 그림자를 응시하고 있다. 시인의 시선은 일상의 사소함과 두드러지지 않는 사물의 그늘을 향한다. 그리하여, 쉽게 지나쳐버리거나 혹은 확연하게 눈에 띄지 않는 사물의 이면을 포착하여 그것을 독특한 이미지로 형상화한다.

■ 자서(自序) 1. 산문(山門)에 들어 산문(山門)에 들어 오두막집 산사(山寺)에서 원적산(圓寂山) 때죽나무를 보며 선운사(禪雲寺) 뒷길로 노을 속의 아이들 머리카락 사설(辭說) 하늘이 파란빛으로 말할 때 그 꽃 진 자리 늘 쓸리는 꽃이 질 때 언뜻 보이는 밤하늘은 커다란 숲입니다 환(幻) 구름의 길 고요한 길 돌 동행(同行) 2. 향촌서정(鄕村抒情) 말과 침묵 사이 겨울 동화(童話) 흐린 창에 기대어 사월(四月) 사계바다에 와서 하늘 농장 이제는 좀 사는가 싶더니 공원묘지(公園墓地)가 보이는 이중섭(李仲燮) 1 이중섭(李仲燮) 2 제지기오름 달 그림자 산 아래 누가 있는데 향촌서정(鄕村抒情) 1 향촌서정(鄕村抒情) 2 숨비소리 서설(瑞雪) 흰구름 아득한 날 3. 꽃나무 아래서 봄 생각 요즘 눈만 뜨면 오월(五月) 금강산(金剛山) 그리움 해 지기 전 저녁 한때 바람 부는 들녘에 와서 보면 이순(耳順) 지나고 몇 해 달빛 밟기 바람 심하게 부는 날 비 그친 뒤 산우음(山雨吟) 1 산우음(山雨吟) 2 꽃나무 아래서 담장 쌓기 이 가을에 벽에 기대어 꽃밭 4. 마음의 빈 들판 나무 마음의 빈 들판 겨울 바다 병상일기(病床日記) 달빛 아래서 동천(冬天) 겨울나무를 보며 땅거미 질 무렵 오늘은 이쯤에 와서 안개의 방 밤의 정맥(靜脈) 잔설(殘雪) 차(茶)를 마시며 자리물회 어느 날 오후에 밥상머리에 앉아 갈증(渴症) ■ 해설 어둠에서 길어 올린 빛의 언어 / 김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