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산문>으로 등단한 시인의 시집. 현실의 모순에 좌절하지 않고 삶을 성찰하는 태도를 가지고 서러움이나 아픔을 지극히 아름다운 경지까지 승화시킨 시편들을 한아름 담고 있다. `섬아낙` 외 60편의 시에 인간 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고스란히 담겨있다. 연작시 「대금산조」는 과거의 앙금으로 남았거나 현재의 결정체를 형성하는 정서를 형상화한다. ‘대금’을 통해서 구멍으로 들여다보이는 어둠을 밝고 맑은 소리로 끌어낸다. 서러움까지도 아름다움으로 표출시키는 시적구조가 남다르고 신선하다. 행이나 연 사이 사이에 감추어진 뜻겹치기가 기막히다.

1 아무도 아직 말해주지 않았다 섬아낙 깃발 언덕빼기 작은 집 안개 속을 걸으며 날개 아무도 아직 말해 주지 않았다 키가 몹시 컸던 그 사람 아우의 바다 쇠울음 내가 교회에 가는 것은 평화로운 섬 하나 어느 날에 본 자화상 2 미루나무가 있는 풍경 감나무 바람 탓인가 봐요 비가 갠 뒤에 미루나무가 있는 풍경 · 1 미루나무가 있는 풍경 · 2 미루나무가 있는 풍경 · 3 겨울 숲속 해후 뻐꾸기 소리 너븐밭에서 강노을 고요한 밤에 질긴 뿌리 3 그녀 두 눈에 별이 떠오르고 있었다 비탈을 내려오고 있다 샛노란 프리지어 꽃을 하 안셀모 수녀님 누군가 부르는 듯하여 안과 바깥 변명 세계가 한 바탕 소란하더니 햇빛 눈부신 아침 그녀 두 눈에 별이 떠오르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 폭풍은 먹구름을 동반해오고 나의 시 · 1 나의 시 · 2 나의 시 · 3 르노아르의 여인 4 내 가슴 속 바닷가 조간신문 가면 바다로 가고 싶어 내 가슴 속 바다가 내가 나에게 속삭였다 새해 아침 파도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아내는 내게 연 · 1 연 · 2 5 대금산조 대금산조 · 1 대금산조 · 2 대금산조 · 3 대금산조 · 4 대금산조 · 5 대금산조 · 6 대금산조 · 7 대금산조 · 8 대금산조 · 9 ■ 해설 · 존재의 확인과 고통의 언어 - 이충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