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시인의 시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정서는 ’시인됨의 아픔’, 시인이기 때문에 느낄 수밖에 없는 그리움, 그런 감각의 촉수로 인한 자아의 떨림 같은 것이다. 그것은 외부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기에 다소 추상적이고 비현실적이며, 감상적이고 절대적인 이미지를 동반한다.

책머리에 혼불을 밝히고 I 풍란을 붙이면서 삼월은 산국(山菊) 참게의 반란 겨울이 주는 방정식 제비꽃의 혼 불임(不妊)의 강 북한산 그 이후 경제 위기 북한산 단풍 7월의 맑은 저녁 하늘 열목어의 노래 장애자 복지원을 다녀와서 봄소리 하늘을 보며 약속 나팔꽃 엄마 II 그리움의 빗장 어머니1 어머니2 어머니3 아들을 보내고서 땅에 묻은 노래는 언젠가는 돌아오는 길 아름다운 비행 내 너를 내원사 밤 계곡 해금강 1971년 여름 지세포에 묻힌 생각 당신이 숨은 바다 자유라는 자리 III 아소산 분화구 생명 시대의 위기 에딘버러에서 이별 연습 봄을 잃은 그단스크 더블린의 저녁 아소산 눈물 혈(血)의 지옥 덕진공원의 연꽃아 춘천 가는 길의 산안개 새벽 묵호항 백양사 찻집의 저녁 양수리 연밭을 눈에 밟고 나를 보는 금산사 불상 덕소에 와서 동강(東江)의 낮달 팔만 대장경 중랑천 소묘 중랑천을 바라보며 IV 불러보는 이름 몽돌 바닷가의 대보름달 다산 초당(茶山草堂) 혼줄에 담긴 숨소리 내게 나비는 별에 오줌 누는 사람 그늘 속에 밝은 노래 보길도에서 쓴 편지 마지막 신라인 윤경렬 더 큰 사랑되라 따뜻한 가슴을 안고 당신 앞에 우리 앞에 빛이 되는 소리 사랑은 빛이 되는 하나가 되어 한 올 잔치에 담은 노래 마들 평야에 넘치는 햇살 책머리에-그리움과 절제의 시학 - 최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