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한 관찰과 묘사가 돋보이는 김산옥의 첫 시집 세계에 대한 섬세한 관찰이 돋보이는 김산옥의 첫 번째 시집『앵무새 재우기』. 간호장교 출신의 시인 김산옥은 이 시집에서 탁월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자신이 주시하는 사물들을 정교하게 그려내어 언어로 재구성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감각적 이미지스트'로 변신하였다. 그는 시각적 정보와 청각적 정보들을 수집하고 그것을 구도화한다. 표제작 <앵무새 재우기>는 날지 못하는 앵무새의 언어를 통해 부조리한 세상에서 겪는 실존의 비애를 형상화한다. 존재의 위기와 불안, 삶의 고통과 허무 속에서도 꿈과 자유의 정신을 노래하려는 시인의 열망을 담고 있다. 그의 시가 절망의 노래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고통스런 현실 속에서도 찬란한 생의 순간을 포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의 파도에 맞서려는 시인의 치열한 정신적 각오를 보여준다. ☞ 이 책에 담긴 시 한 편! <앵무새 재우기> 앵무새를 키웠다 품에 안고 깃털을 쓸어주었다 가슴에 앵무새의 체온이 묻어나왔다 새장 안에 넣고 문을 닫을 때마다 앵무새는 꽁지를 들었다 내렸다 새장 안에 앉아서 내 시선을 쪼아 먹었다 내게서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 앵무새가 운다는 걸 알았다 깃털이 떨어진 날이면 새벽까지 잠들지 못하고 내가 했던 말들을 수백 번 들려주었다 말이 많다는 건 칭얼거림이었다 칭얼거림은 울음의 다른 이름이었다 자꾸 배가 부풀던 앵무새 밝은 깃털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깃털이 두 개씩 세 개씩 뽑혀나갔다 가늘었던 다리 발톱이 갈라졌다 지금은 곁에 없는 앵무새 말이 많은 사람을 만날 때마다 다시 살아나는 앵무새 내 갈빗대 새장 안에서 아직 잠들지 못한 앵무새 울음소리 들린다

- 自序 제1부 조팝꽃 / 숨결 / 벌새 / 토마토 / 천변의 버드나무에게 / 떼까마귀 / 확인 / 파리지옥 / 노을 길 / 금줄얼게비늘 / 배추흰나비애벌레가 / 햇살을 빤다 / 참나리 / 그물 / 달팽이가 사는 집 제2부 잠자리 / 궤도 / 赤家里 / 잡힌 나비 / 골목에 뜬 무지개 / 抱擁 / 영산홍 / 거머리 / 평야의 늑대 / 정어리떼 / 껌팔이 / 얼음 배 / 버려진 인형 / 그 여름의 벽화 / 숯가마골 제3부 단풍 / 앵무새 재우기 / 세브란스 병원 앞 / 버려진 과수원 / 겨울바 / 저수지에서 건져 올린 여자 / 고무줄 / 오디 / 보름 / 언덕 위의 집1 / 언덕 위의 집2 / 언덕 위의 집 3 / 검은 혀 / 우리 악어 / 뿌리 깊은 흡반 4부 밀잠자리 / 검은 눈 / 대장 / 거울조각 / 소금쟁이 / 틈새는 그림자를 가진다 /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달팽이 생각 / 검은 방 / 喪家 / 빗방울들은 전속력으로 달려와 터지고 / 갈증 / 빈집 / 색안경 / 어물전 앞 / 실지렁이 - 해설 : 끝없이 돌아가는 렌즈 속 세상 읽기 _ 강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