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철 시집. 병든 아버지를 통해 새롭게 보게 된 세상. 아들의 슬픈 마음을 117편의 시에 잔잔하게 담아내고 있다. <응급실> 이 세상에서 나와 가장 맞지 않았던 분, 나의 아버지였습니다. 한 지붕 아래 살면서도 필요한 일이 없으면 오가는 말도 없었습니다. 비 오는 9월 어느 날, 그런 아버지가 쓰러지셨습니다. 근처의 대학병원으로 옮겼지만 빈자리는 없었습니다. 가까운 곳 어느 병원에도 자리가 없었습니다. 사이렌을 울리며 비 오는 새벽길을 3시간이나 달린 후에야 서울의 한 병원 응급실에 도착하였습니다. 애꿎은 비 때문에 곱절로 걸린 시간 탓에 내 아버지도 곱절로 지쳐 보입니다. 지금도 그 모습이 아버지와의 영영 마지막이 아님에 감사 드립니다. 뇌혈관이 막혀서 오른쪽이 마비되었기 때문에 왼쪽 손발만 쓸 수 있고, 언어능력을 잃어 말씀을 못하실 겁니다. 물론 귀저귀 생활을 하셔야 하고요. 의사가 우리 가족에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이런 것을 가리켜 앞이 캄캄하다고 하나봅니다.

책머리에 1. 응급실 2. 중환자실 3. 거울 4. 손 5. 밤 6. 일가친척 7. 소변 줄 8. 향기 9. 돈 10. 질문 11. 앰뷸런스 12. 노인전문병원 13. 바람 14. 천사 15. 회 16. 바다 17. 눈 18. 햇볕 19. 아내 20. 가족 21. 요양원 22. 그러나 23. 고모님 24. 욕 25. 응석 26. 생일 27. 산길 28. 운동 29. 감사 30. 햇살 31. 맏며느리 32. 박사 33. 자원봉사자 34. 박하사탕 35. 눈雪 36. 혈연 37. 아들 38. 자전거 39. 집 40. 어머니 41. 목욕 42. 뉴스 43. 재활병원 44. 수심 45. 드라마 46. 자리 47. 연말 48. 기적 49. 기저귀 50. 방 51. 틀니 52. 벚꽃 53. 꿈 54. 까꿍 55. 바나나우유 56. 팔 57. 장마 58. 감사 59. 딸 60. 반점 61. 운동화 62. 휴가 63. 여름 64. 행복 65. 주말 66. 보약 67. 친구 68. 설렁탕 69. 속옷 70. 흔적 71. 일기장 72. 핸드폰 73. 문 74. 죽물 75. 1년 76. 여동생 77. 투정 78. 울음 79. 새집 80. 하늘 81. 울화 82. 일반병실 83. 보호자 84. 오빠 85-1. 스무고개 85-2. 틀니 86. 말 87. 후회 88. 닭튀김 89. 한숨 90. 닭튀김 91. 퇴원 92. 가죽잠바 93. 욕 94. 요양원 95. 돈 96. 전화 97. 파리 98. 부음 99. 건강 100. 고마움 101. 손 102. 감기 103. 신춘문예 104. 울다 105. 절망 106. 암시 107. 고통 108. 고비 109. 의자 110. 병문안 111. 겨울 112. 막내 동생 113. 일기 114. 어리석음 115. 기도 116. 산길 117. 대답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