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씩 보여주고 달아나는 '말'의 뒷모습에 사로잡혀 그의 빛부스러기를 좇아온 지 오래다. 그 족적이 흉터처럼 부끄럽기도 하지만 흩어진 그것들에게 이름을 붙여주기로 했다. 말이 본래 가진 실체를 제대로 보아냈을까, 그 이면(裏面)은? 그 여백은? 이런 물음은 자주 늦은 잠을 들게 하지만 말, 네가 고마워. 죽어도 다 걷지 못할 너의 광야가, 너의 새벽이 또 펼쳐지는구나. 네 앞에서 나는 다시 새로워진다 태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