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으로 인류의 관점과 세계의 취향을 바꿔놓겠노라고 다짐한다. 이 얼마나 행복한 순간인가? 하지만 다음 한발 또 한발 디딜수록 새로 산 운동화로 갯벌을 걷는 기분이 든다. 가장 단순해 보이는 결과물이 가장 복잡한 과정을 통해 나온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고비, 내가 생각했던 광고는 이렇게 질척거리는 과정이 아니었어. 의견의 충돌이나 전략의 혼란 따위는 필요 없다고. 오로지 아이디어, 그래 기발한 생각 하나면 땡 아니었어? 누군가를 깜짝 놀래킬 수 있는 아이디어 하나면 인류를 구원할 수 있다고 여겼다. 계단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점프하고 날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답이 아니라니? 그럼 내가 지금껏 봐온 건 뭐지? 내가 만들려고 했던 것은? 이게 광고였어? 광고에 대한 수많은 꿈들이 갈리는 순간, 낙엽처럼 달려있던 미래의 청사진들이 하나 둘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이것 겨우 첫 단계일 뿐. 남아있는 환상이 깨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남자는 글을 저장했다. 이력서를 넣은 회사에서는 아직 답이 없었다. - 본문 중에서 -

백승권 1981년 10월 22일생, 천칭자리, AB형, 4300일째 연애 중이다.(2009년 결혼) 2007년부터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을 가지게 되었다. 2010년 GQ의 'MARRIED GUY-누가 결혼을 모함했나', 2010년부터 2011년까지 DAZED & CONFUSED의 'MEDIA-해외광고칼럼' 등에 칼럼을 기재하였다. 저서로는 『극장에서 길을 잃다』 (2005) 『어느 카피라이터의 고백1~4』 (2011,2012) 『영화를 카피하다1,2』 (2011,2012) 『유치해』 (2011) 등이 있다. 블로그 - Magazine:Toy(sk0279.blog.me) 페이스북 - facebook.com/bcopy 트위터 - @imnotwriter 메일 - sk0279@naver.com

프롤로그 1. 입사 2. 이상한 회사 3. 이 사람을 죽여주세요. 4. 자살의 동조자들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