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집단 '일우'에 소속된 사진가들이 함께 엮은 포토 에세이집. <시간을 베다>는 67인의 사진가들이 그동안 카메라의 눈을 통해 세상을 끊어내고, 시간을 베어낸 사진과 더불어 삶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사랑에 대한 느낌을 적은 글을 엄선하여 묶어낸 책이다. 뛰어난 작가 한 사람의 글과 사진이 주는 감동도 좋겠만, 우리 주변에서 늘상 만나는 듯한 사람들이 읽어내고 찍어낸 사진과 글은 그만큼 공감하기 쉬운 것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67인의 사진가들이 제각각의 눈을 통해 바라본 세상 이야기인 <시간을 베다>의 의미는 더욱 커진다.

엮은이 김홍희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진동한다. 무릇 죽어 있는 모든 것조차 진동한다. 그리고 진동하는 모든 것은 공명한다. 나는 공명하고 싶었다. 산 자의 공명은 죽은 자를 통해 일어난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걷기 시작했다. 아니, 알기 전에 걷기 시작했고 걸으면서 알게 되었다. 딛고 선 것이 땅이었고, 함께 한 것이 사진기였다. 다 죽은 것들이었다. 그러나 땅은 내가 밟으면 살아났고, 사진기는 시간을 벨 때마다 영겁 속에서 찰나로 살아났다. 죽은 것들이 진동하는 것은 산 것을 만날 때였다. 산 것이 진동할 때도 죽은 것을 만날 때였다. 나도 진동했고 나의 사진기도 진동했다. 그리고 공명했다. 그리고 그 공명을 당신과 나누고 싶었다. 《방랑》, 《나는 사진이다》, 《세기말 초상》,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방외지사》, 《예술가로 산다는 것》, 《암자로 가는 길》, 《인도기행》 등이 그 공명들이다. 그리고 공명의 대가로 2000년 문예진흥원이 선정한 한국의 이미지 메이커 중 사진가 25인 중 한 사람으로 선정되었다. 그리고 함께 공명하기를 바라는 친구들과 사진집단 일우(www.iludang.com)를 만들었다. 그들도 함께 지구촌을 걷고 있다. 그 첫 결과가 바로 이 책 《시간을 베다》이다. 당신이 원한다면 함께 걸을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 집단 <일우>는 당신과 함께 지구촌 구석구석에서 공명하고 싶기 때문이다.

Prologue/ 문진우 1. 창 혹은 거울 수변공원_ 김민호｜수고했어 여름_ 조미란｜그 나지막한 담장 너머_ 손호열｜섭씨 37도_ 최윤선｜칠산동_ 이광철｜바람 흔적_ 정지은｜시간_ 김기양｜세월_ 윤종현｜여름날_ 최호영｜홍콩_ 김현호 2. 네모난 세상 L.A 일기_ 김재만｜삶 그리고 사진_ 김대철｜남과 여_ 윤인보｜껍질까지 않은 팥죽 이야기_ 최호영｜숨_이경희｜진정 프로이기에_정금희｜붕붕_ 김소정｜생일_ 손인호｜엄마의 밥_ 김소정｜미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