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대한메일」신춘문예에 <어달리의 새벽>으로 등단한 정영주 시집. 시인은 이전의 시집에서 보여주었던 구체적 삶의 리얼리티보다 원형적 이미지를 통해 존재의 근원을 탐색하는 쪽으로 나아간다. '고래'와 '사막'. 그것들은 곧 시인이 가 닿고자 하는 존재의 근원이라 할 수 있다. 시인은 불행한 가족사의 점절이 내면화된 풍경은 삶의 극복 의지와 '말향고래'의 향유 같은 구원의 열망을 꿈꾼다. 묵호항, 대진항, 화진포 등 그의 현실 속에 고통으로 다가서는 바다는 피 흘리는 언어들로 낱낱의 시편을 이루고 있다.

정영주 1952년 서울에서 태어나 강원도 춘천, 묵호에서 성장했다. 춘천여고, 광주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단국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9년 「대한메일」신춘문예에 <어달리의 새벽>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아버지의 도시>가 있다.

제1부 개마고원 별지기 동해의 발바닥 말향고래 회색고래의 눈물 알도루묵 금목서 개마고원 별지기 뼈마다 눈부신 아궁이 속 빗소리 심포항 2 심포항 3 서해, 저 독한 상사 백도 동백나무 얼굴이 없다 새들의 번지점프 흔적 화석 박물관 제2부 햇빛 밥상 가시밭 겨울 바다에 세 들어 웅덩이 햇빛 밥상 몸에서 물을 긷다 내력 뉘 고르는 여자 호리병 속, 그 가늘고 슬픈 바람에 묻은 주소 겨울 모항 미싱을 돌리는 바다 몸 안의 시간들 다락방의 말향고래 다락방 1 다락방 2 제3부 나는 방수되지 않는다 공중기도 가는 길마다 배부르다 심포항 1 햇빛 가시 페선 태풍의 눈 백태 낀 항아리 속 같은 동해의 돌 섬쥐똥나무 숲 동굴 나는 방수되지 않는다 가지치기 흙의 불꽃 잠자는 마을 내실마을 느티나무 돌 속에 누워 제4부 발굴 명혹헌, 장자의 나미 떼 한 마리 낙타가 되어 노을 속 흰 불 빈집의 눈 단단한 흙 앞산의 적막 속으로 합장 발굴 심장에 사는 새 옷마다 구멍을 낸다 모래 건반 파로호 풍문 발자국 해설｜유성호 시인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