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문예중앙」신인상으로 등단한 유종인 시집. 독특한 소재와 창작 방법으로 개성 있는 시 세계를 펼치고 있다는 평을 받아온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일상의 풍경과 사물의 이미지를 곱씹으며 슬픔과 연민을 자아내는 시편들로 감각적인 서정의 문법을 선보이고 있다. 시인은 섬세한 관찰력으로 일상의 풍경들 속에서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삶의 의면을 들춰내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시인의 시각은 눈에 보이지 않는 '관계의 의미'와 '사물의 그늘'까지 바라보는 깊이 있는 통찰력으로 도드라지며, 시인의 슬픔은 단순한 감정의 차원이 아니라 '온몸으로' 세상을 전해 듣는 '언어'가 된다. 이번 시집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관계의 비밀과 사물의 그늘을 응시하는 시인의 모습이 날카롭게 그려지고 있다. 특유의 슬픔과 연민 어린 시선에, '관계'를 만들고 맺어주는 사물과 풍경들이 새롭게 포착되고 있으며, 세상과 몸을 섞으며 서로 보듬는 관계를 섬세하게 담아낸다.

유종인 1968년 인천에서 태어났다.1996년 『문예중앙』 신인상으로 등단하였고, 200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조가 당선되었다. 시집으로 『아껴 먹는 슬픔』, 『교우록』 등이 있다.

아호 도살 너구리 장례식 연밥 기침 소리 세톨박이 산숙을 바라다 모과 1 모과 2 풀칠 오후의 구경 왕상사 인근 뿔 첫눈 풀밭에 누운 사람 염색 도인 바위들 영생 들어가다 어떤 문신 공을 보다 수수밭 전별기 발가락 봄을 놓치다 무거운 꽃밭 어떤 나뭇가지 선인장 굽갈이 떡 꿈에 울다 소행 몰라보다 아무도 읽지 않는다 왕릉의 개 나무 빨래판 나의 812살 보령 묵집 수련 농담 1 끝물 수련 농담 2 소나무 숲에서 돌확 속의 생 무화과 개잔디밭에서 오월 사거리에 꽃이 누워 있네 돼지 거위 똥 운주사에 가서 1 운주사에 가서 2 운주사에 가서 3 운주사에 가서 4 고슴도치 해설｜김춘식 시인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