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문학동네」신인상으로 등단한 김충규 세 번째 시집. 첫 시집의 '무덤'과 '사막', 두 번째 시집의 '멍'과 '피'에서 드러나듯 '죽음'을 향해 있던 시인의 시적 사유는 이번 시집을 통해 생의 '고통'과 '상처'를 껴안으며 긍정의 '삶'에 다다르는 여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시집은 죽음과 초월을 향해 열린 상처의 세계와 삶을 향한 치유의 세계를 동시에 그려낸다. 시인은 화해할 수 없는 두 세계를 동시에 보여줌으로써 상처의 세계에서 치유의 세계로, 죽음의 세계에서 삶의 세계로, '나'의 세계에서 '타자'의 세계로 나아간다. 새로운 눈으로 고통과 상처의 흔적을 읽으며, 존재에 대한 애정과 삶에 대한 긍정을 총3부, 60여 편의 시에 담아내고 있다.

제1부 물 위에 찍힌 발자국 꽃멀미 간곡함 물결 속에 통증 눈동자 밤이라는 것 벌레 발자국 헛것 뱀이 왜 다리를 버렸는지 환자여 환자여 새에게서 숯내가 났다 죽지 물속 풍경의 살점 신열 숨소리 꽃 탄다 꽃 탄다 찬밥 울컥, 물이랑 제2부 꽃의 흐느낌 길 나귀처럼 은행나무 여인숙 초록의 공포 달빛의 밤 멀고 아득한 곳의 늪으로 헤엄쳐 간 물고기 떼 내 몸속의 물고기들 물의 노래 나비와 나 뱀의 춤 떨림 북소리 물짐승 복사꽃 지는 소리 듣다 측간 이상한 우물 뱀 후끈, 후끈 제3부 흐느낌 서해였다 商家와 喪家 사이에서 서성거렸다 내 영혼을 향해 공포탄을 쏜다 손자국 뼈악기 숨구멍 진달래 진달래 물의 종소리 그런 새 있을까 그 길 陰畵 허공의 발자국 유서를 쓰는 사내 月下 검은 강 내 속의 격렬한 시위 두려움에 대하여 아비 해설/ 고봉준 시인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