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생명'의 문제를 줄곧 시적 과제로 삼아온 우리 시단의 중진 시인 김명수씨의 새 시집.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여전히 국외자들과 그밖의 주변화되고 소외된 사물들에 대한 지극한 연민과 사랑을 시의 중심 기율로 하면서, '단형 서정시'의 외형을 견고하게 유지함으로써 독자의 자발적인 상상적 참여를 유도한다. 김명수 시인이 이번 시집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핵심적 전언이 한결같이 인간의 삶이 갖는 '소외'와 '슬픔' 같은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긴 하지만, 이것이 시인의 세계관이 비관적이라는 말로 환원될 순 없다. 오히려 그는 소소한 생명들 속의 '눈물 한 방울'과 '불빛 하나'를 응시하고 채집하고 새롭게 명명함으로써 이 세계 사물들의 왜소함을 치유하고, 세계에 대한 궁극적 긍정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구체적인 작품들을 통해 이와 같은 시인의 궤적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김명수 1945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197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으로 『월식』, 『하급반 교과서』, 『피뢰침과 심장』, 『침엽수지대』, 『바다의 눈』, 『아기는 성이 없고』 등이 있고, 동화집 『해바라기 피는 계절』, 『달님과 다람쥐』, 『엄마 닭은 엄마가 없어요』, 『바위 밑에서 온 나우리』, 『새들의 시간』 등을 펴냈으며, 여러 권의 번역서와 산문집을 출간하였다. 오늘의작가상, 신동엽창작기금, 만해문학상, 해양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제1부 공룡전시장 눈, 물방울/고향길/조개무덤/이끼/서호납줄갱이 두 마리/호랑이는 어떻게 죽는가/초승달/봄날 오후/은하수/공룡전시장/가오리/무제/도장나무/도라지꽃/구름 사다리/엽서 　 제2부 감꽃 지고 조감도/반딧불/석순/비단잉어/감꽃 지고/들국화와 뱀/보늬/미모사/나의 시를 위한 비가/사막/산까치/목수의 노래/종소리/오징어/설야/킬리만자로/12월 31일/새꽃/수석 　 제3부 개미와 개 나는 자동차를 타지 못합니다/개미와 개/머리카락/말들의 고속도로/시인 김종삼/냉장고/바위와 모래/지하실의 기억/벽돌공장 　 제4부 전설 심야전화/점자/전설/꿈이었나/끝없이 이어진 방/동굴 진주/밤은 입이 있다/야후, 야호!/꼽등이/달력을 보니/분홍눈/3인칭의 나 　 해설/유성호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