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일곱 살 아들이 죽었다. 그리고 9년 전 뒤바뀐 운명의 열쇠를 쥔 그 여자를 만났다. 이제 모든 것을 되돌려야 한다] 상희는 무엇보다 어제의 그 순간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그 뜨겁고도 달콤한 순간의 기억이 이제 다시 기형세포의 번식을 조장할 것이다. 그래, 그의 품에서 그의 여자가 되어 이 집에서 영원히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혜진만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는 나를 영원히 그 여자로 착각하며 살게 될지도 모른다. 민상희를 버리고 이혜진으로 살아가는 인생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아주 많이 좋을 것이다. 차라리 잘된 일이다. 이번 기회에 엉망으로 뒤엉킨 민상희를 깨끗하게 버리고 차라리 이혜진을 선택하자. 밝고 눈부신 그녀의 인생을 선택해 살면 되는 것이다. 아주 간단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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